일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나 나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. 바로 항상 극도의 불안감을 수반한다는 것이다. 내가 100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중 거의 절반 이상은 이 불안감을 핸들링하는 데 소모될 정도다. 아주 간단한 일 하나를 처리를 해놓고도 이게 잘 됐나 몇 번을 들여다보느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. 그래서 최근에는 불안감은 성과를 내는 데 있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 스스로에게 되뇌이고,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서 차근차근 일처리를 해나가는 방식을 연습하고 있는데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효과를 보았고 이제는 한 30 정도의 능력만 불안감을 핸들링하는 데 사용하면 되는 것 같다.
그런데, [함께 자라기, 애자일로 가는 길]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 이 불안감이 어디서 오고 왜 발생하는지 내가 생각해봤던가? 자동차를 몰다가 기름이 새는 곳이 있으면 그때그때 흘린 기름을 닦아주기만 할 게 아니라 정확히 어디서 기름이 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. 나는 이제까지 불안감이라는 기름이 새어나올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닦아주기만 했을 뿐, 어디서 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.
[함께 자라기, 애자일로 가는 길]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. EBS에서 했던 실험인데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시킨다.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그린 그림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고, 다른 그룹에게는 내가 이제껏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실험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. 책에서는 순서대로 첫 번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"실행 프레임"을 갖게 하고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"학습 프레임"을 갖게 했다고도 표현하며, 학습 프레임을 갖게 한 아이들이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말한다.
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불안감을 가지는 근본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. 나는 공부를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항상 불안하다. 불안하다는 건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. 정확히 무엇을 두려워하느냐? 공부든 일이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동료나 친구들로부터 받는 부정적 피드백을 두려워한다. 작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"실행 프레임"에 극도로 매몰된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.
사고방식을 한번 바꿔보자. 동료들로부터 받는 부정적 피드백은 보약이라고 생각하자. 몸에 좋으면 입에 쓴 게 당연하듯이 그러한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내가 성정한다고 생각을 해보자. 그리고 일이나 공부를 할 때에도 이것 자체를 즐긴다고 한번 생각해보자. 지금 당장은 구체적인 방안이 쉽사리 떠오르진 않지만 어쨌든 어떻게 하면 "학습 프레임"을 내 몸에 체화할 수 있을지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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